"아하하하, 쇼토~ 지금 비틀거렸어~"
술이 꽤나 올랐는지 잔뜩 들뜬 카츠키가 깔깔대며 날 끌어안은 채 어깻죽지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 내게 그대로 녹다운 된 빌어먹을 아버지는 그 거구로 거실 소파에 누워 코를 골기 바쁘다. 예전 같았으면 아버지에게 술로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이런 데서 부모의 노화를 알게 되는 건 어쩐지 복잡한 심경이다.
"쇼토가 이겼네~"
"날뛰지 마. 떨어진다."
떨어뜨릴 리 없겠지만. 깔깔대는 카츠키를 어떻게든 안아들곤 불안한 발걸음으로 계단을 올라가, 복도 끝에 있는 침실 문을 열고 깔끔하게 베드 메이킹되어 있는 킹 사이즈 침대 위에 그대로 다이브했다. 카츠키가 즐겨 쓰는 수입산 유연제의 향기와 햇빛 냄새가 비강을 간질인다.
"으으―……응,"
"어이, 카츠키, 자지 마."
천장을 향해 큰 대 자로 드러누운 카츠키가 웅얼거리며 꿈나라로 빠지려는 걸 막으려 침대 옆에 비치된 소형 냉장고에서 미네랄 워터를 꺼내 입에 머금고, 그대로 그 얇은 입술에 달라붙어 넘겨준 물을 마시게 했다. 차가운 물이 달아오른 몸과 바짝 마른 몸 안에 기분 좋게 느껴졌는지, 희미하게 눈을 뜬 카츠키의 의외로 긴 금색 속눈썹 사이로 녹아내릴 듯한 붉은 눈동자가 드러났다.
"쇼토, 더 줘."
"응,"
다시 한번 물을 머금기 위해 페트병에 입을 가져다 대려던 순간, 아래에서 뻗어나온 카츠키의 팔이 셔츠의 네크라인을 끌어당겨와 올라타듯 그의 몸 위를 덮고 말았다.
"그거 말고, 이거."
"으응!?"
입술을 핥아낸 카츠키가 씨익 웃으며 내 머리를 부둥켜 안고 입술에 달라붙어 왔다. 처음부터 사양없이 혀를 밀어넣고 보는 정열적인 카츠키에게 부응하듯 혀를 얽고 있으려니 물로 조금 식었던 혀가 곧바로 다시 뜨거워졌다.
"으응, 응…… 하, 쇼토, 쇼토……!"
추잡하게 울리는 물소리 사이로 거친 호흡과 필사적으로 내 이름을 부르는 카츠키의 목소리, 스륵 하고 뒤통수를 타고 내려온 달콤한 향기가 나는 카츠키의 손바닥이 내 뺨을 감싸듯 어루만졌다. 아아, 못 참겠다. 귀엽고 또 사랑스럽다! 바쿠고가 너무 좋아서 어쩔 줄 모르겠다고, 내 마음이 전력으로 외치고 있다.
"하앗, 하…… 카츠키, 아까, 거실에서, 저 쇼토를, 다음에 뭐라고? 계속 말해봐."
"엿들었냐, 바―보……"
소리를 내며 웃던 카츠키의 손바닥이 이미 임전태세인 내 다리 사이로 스르륵 뻗어오더니 청바지 너머로 야하게 어루만졌다. 코앞에서 내 얼굴을 보며 야하게 달아오른 얼굴을 한 카츠키가 청바지 안으로 손을 밀어넣어 완급을 조절해가며 페니스를 덧그리기 시작하자 움찔 하고 절로 몸이 떨려왔다.
"윽…… 카츠키, 못 참,겠어. 오늘은 여유가 없다. 응? 당장 너한테 넣고 싶어."
아니, 넣을래. 카츠키가 입고 있던 바지를 속옷째 끌어내리고, 여전히 야한 손놀림으로 페니스를 어루만지는 그 손을 청바지에서 끄집어낸 뒤 나도 청바지를 침대 아래로 벗어던졌다. 드러난 하얀 허벅지 위로 손을 기어 그대로 애널에 손가락을 가져다대자 그곳은 이미 눅진하게 녹아 더는 기다릴 수 없다고 말하는 듯했다. 세 손가락을 밀어넣어 그 뜨거운 내벽을 문질러주니 카츠키가 온몸을 파들대다 페니스에서 꿀을 늘어뜨리며 그 요염한 흰 다리를 허리에 휘감아왔다.
미치겠다…… 이게 그 소문의 너무 좋아 홀드……!! 엄청나게 귀엽다…… (*너무 좋아 홀드 = 앞 문단으로 설명이 됐겠지만 삽입되는 입장에 있는 사람이 상대의 허리에 다리를 감아 자기쪽으로 끌어당기는 모양새를 말합니다.)
"카츠키, 네 여기, 눅진눅진 푹 녹았다."
"잔말 말고 빨리 들어와! 더는 못 기다리겠다고!"
카츠키의 너무 좋아 홀드는 너무 강해서 척추가 삐걱거릴 지경이었다.
카츠키의 안은 내게 맞추기라도 한 것 마냥 내 형태에 딱 들어맞는다. 오메가로서 아이까지 낳았는데(게다가 쌍둥이) 카츠키의 애널은 변함없이 나를 꾸욱 꾹 조이며 뜨겁게 휘감겨 놔주려 하지 않는다. 남자와 관계를 가진 것도 오메가와 관계를 가진 것도 카츠키가 전부 처음이지만, 카츠키의 안이 세상에서 제일 기분 좋을 거라고 단언할 수 있다. 카츠키를 누구보다 기분 좋게 만들 수 있는 것도 자신이라고 자부한다.
"아앗, 으응, 아읏, 쇼, 토, 으응읏, 좀 더…… 천천,히이, 아아아,"
황홀한 목소리로 신음하는 카츠키의 안쪽을, 카츠키의 호소는 무시한 채 거침없이 찔러준다. 카츠키가 좋아하는 곳만 노려 내벽을 문지르며 뾰족하게 솟은 가슴의 돌기에 혀를 기어 이를 세우자 카츠키는 한층 더 소리를 높이며 온몸을 떨었다. 아아, 또 안쪽으로 갔구나.
"아아아, 제발, 쇼토, 지금, 지금은 기다려,봐…… 지금은 안 돼, 히익, 읏아아,"
"안으로 갔더니 기분이 너무 좋아서?"
심술궂게 웃으며 거듭 안쪽을 찔러주자, 눈물 가득 맺힌 눈으로 입술에선 투명한 타액을 늘어뜨린 카츠키가 숨을 할딱거리며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였다. 몇 번인가 안에 쌌던 백탁에 거품이 일어나, 두 사람의 접합부에서 질퍽이는 외설스러운 소리와 함께 밖으로 넘쳐 흘렀다.
"기분 좋아…… 카츠키, 또 쌀 거 같아. 안에 싸게 해줘."
"응, 으응, 이제 와서, 뭐래, 바보 아냐? ……읏, 쇼토…… 좋아해……"
정말 좋아해, 혼잣말하듯 중얼거리는 카츠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품에 안았다.
"나도, 카츠키. 좋아해."
따뜻한 체온에 맞닿을 수 있는 행복. 20년이 훌쩍 넘도록, 토도로키 쇼토는 타인과 맞닿은 채로 잠든 적이 없었는데. 지금에 와서는 대체 지금까지 어떻게 혼자서 잠들 수 있었는지조차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세상에서 누구보다 제일 행복하게 해줄 자신이 있다는 말이 하고 싶었던 거야. 죽을 때 '너라서 좋았다'고 말하게 만들 자신 있으니까."
머리맡에서 핸드폰을 만지작대던 카츠키는 눈도 마주추지 않고 말했다. 그 옆모습은 간접조명을 받아 조금 부끄럽다는 듯 발그레했다.
"뭐?"
"네가 듣고 싶다던 말, 계속 말해보라며."
"바쿠고, 그런 중요한 말을 할 땐…… 것보다 끝나자마자 폰에 손 대는 남자는 문제가 있거든…… 대체 누구랑 연락 중이야."
질투를 숨기지 않고 수상쩍은 눈빛으로 바라보며 카츠키의 어깨를 끌어당기자 그는 이미 할 일을 끝냈는지 무심하게 핸드폰을 침대 위로 던져 놓는다.
"아아? 시노상. 연구 진척 상황이랑 다음 자금 모금 파티 일정 조정 건으로."
"아, 그래. 모일 순 있을 거 같아?"
"덕분에. 아직은 좀 더 걸릴지도 모르겠지만, 오메가도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될 거다."
무능한 알파들의 겁에 질린 얼굴이 눈에 훤하다! 못된 얼굴을 한 카츠키가 즐거운 듯 웃었다. 그 사건 이후로 카츠키는 모든 오메가들을 위해, 친분이 있는 의사의 전처라는 여성을 초빙해 오메가가 제대로 된 생활을 할 수 있게끔 억제제의 개발이나 약제에 대한 국가 보조의 의무화, 사회적 신분의 보장 등 억압 받는 오메가들을 위한 재단을 설립하여 힘쓰고 있다. 카츠키는 그녀가 과거에 이루지 못하고 끝내 좌절했던 오메가를 위한 연구 프로젝트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려 주었다. 그것은 많은 히어로들의 찬동을 얻어 지금은 사회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당초, 맹렬하게 반대하며 비판적인 입장을 고수했던 상층부의 알파들에게 "정말로 자신이 우수하다면, 성차별 같은 게 사라진다 한들 아무런 문제도 안 될 텐데?"라며 언제나와 같은 태도로 쏘아붙이는 카츠키의 곁에서 토도로키는 그를 적극 지원했다.
"나밖에 못 해."
오메가도 알파도 알고 있는, 나밖에 할 수 없는 일이야. 그렇게 단언하던 카츠키의, 너무도 믿음직한 내 일생의 반려자의 모습.
"나는 널 만날 수 있었지만…… 만약 네가 내 짝이 아니었을 상황을 생각하면 지금도 소름이 돋아. 딱히 자선사업을 벌이겠다는 건 아냐. 난 아마 너와 짝이 될 수 없었을지도 모르는 나를 구원하고 싶은 것 뿐이지."
그때의 나는 왠지 터무니없는 사랑 고백을 받은 것만 같아 한동안 가슴의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았다. 아무래도 나의 사랑스러운 짝은, 다른 사람이 주는 행복을 받거나 그저 보호를 받기만 할 마음은 조금도 없는 듯하다. 그럴 성미가 못 되는 것이다.
"후후, 그래…… 그렇군. 그럼 열심히 날, 행복하게 만들어줘."
"바보냐. 이때다 싶게 전력으로 의지할 생각 마. 너도 열심히 날 행복하게 만들라고."
"그래, 오래오래 잘 부탁할게."
카츠키의 목덜미를 어루만지며 그 금색 머리칼에 키스를 하나 떨어트렸다.